SK그룹이 중국 1위 석유화학 기업인 중국석유화공집단공사(시노펙)와 세운 합작사 중한석화 보유 지분 35%를 전량 매각한다. SK가 손을 떼기로 한 중한석화는 에틸렌 등 연 320만t의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해 10조원 안팎의 매출을 올리는 한·중 최대 석유화학 합작회사다. 비주력 자산 매각에 나선 SK그룹이 중국발(發) 공급 과잉에 신음하는 범용 석유화학 부문에서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 자회사인 SK지오센트릭이 중한석화 보유 지분 35%의 매각 작업을 진행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중한석화 지분 65%를 보유한 1대주주 시노펙을 비롯해 여러 중국 기업과 협상을 벌이고 있다. 매각 가격은 장부가(8193억원) 수준에서 결정될 것으로 아파트 매매 전세 업계는 파악하고 있다.
중한석화는 2013년 SK지오센트릭(당시 SK종합화학)과 시노펙이 총 3조3000억원을 투자해 중국 우한에 설립한 합작사다. 설립 당시 여의도 크기 부지(300만㎡)에 들어선 중국 최대 석유화학 공장으로 에틸렌 110만t 등 범용 석유화학 제품을 연 320만t 생산하고 있다.
SK가 중한석화 지분 여의도인터넷 매각에 나선 것은 당분간 범용 제품의 수익성이 개선되기 힘들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중한석화의 주력 제품인 에틸렌과 폴리에틸렌(PE), 폴리프로필렌(PP) 등이 공급 과잉 상태에 빠져서다. 2020년 3100만t이던 중국 에틸렌 생산량이 지난해 6000만t으로 두 배 가까이 늘면서 설립 후 2021년까지 8년 동안 1조9898억원의 누적 영업이익을 거둔 중 신용평점 한석화는 이후 3년간 1조752억원의 적자를 냈다.
업계 관계자는 “석유화학 구조조정 대상이 국내를 넘어 해외로 확산한 셈”이라며 “‘미래가 불투명한 사업은 과감히 접는다’는 게 SK그룹의 방침인 만큼 울산 등 국내 범용 석유화학 사업도 축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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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한석화는 10여 년 전 SK그룹의 핵심 중국 전략인 ‘차이나 인사이더(내부자)’의 상징이었다. 수십 년간 다진 범용 석유화학 기술을 중국 1위인 중국석유화공집단공사(시노펙)에 전수하는 대가로 이들의 영업망을 활용해 중국 내 판로를 확보한다는 게 SK가 그린 그림이었다. ‘화학산업 현대해상 전세자금대출 의 쌀’로 불리는 에틸렌(연 110만t)을 포함해 총 320만t의 범용 제품 생산능력을 갖춘 중한석화는 곧바로 안착했다. 중국의 호황에 힘입어 에틸렌은 만드는 족족 팔려나갔고, 상업 가동 8년 만에 2조원에 육박하는 누적 영업이익을 냈다.
거기까지였다. 중국 내 대형 나프타분해시설(NCC)과 정유·석유화학 통합 공장(COTC) 등이 우후죽순 들어선 가운데 수요는 제자리걸음을 걸으면서 수익성이 급락했다. SK그룹이 비핵심 사업은 과감하게 접고, 인공지능(AI)·배터리·반도체 등 ‘ABC’(AI·Battery·Chip)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기로 하자 중한석화 지분 매각이 자연스럽게 테이블에 올랐다.
 ◇ 글로벌 공급 과잉에 지분 매각
16일 석유화학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지난해 중한석화 보유 지분 35% 매각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2023년 말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 지휘봉을 잡은 뒤 수익을 내지 못하는 자산을 정리하기로 하면서 범용 석유화학 시설도 사업재편 대상에 포함됐다.
이후 SK는 국내외 주요 석유화학기업을 대상으로 중한석화 지분 매각을 제안했고, 이 소식을 전해들은 중한석화 1대 주주인 시노펙이 지분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업계에선 가장 유력한 인수 후보군으로 시노펙을 꼽고 있다. 중한석화 지분을 65% 보유하고 있는 데다 해당 공장도 직접 운영하고 있어서다. 뜻이 맞지 않는 기업을 2대 주주로 끌어들이느니 100% 자회사로 두는 게 여러모로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해외 합작사 지분을 떨어뜨리라는 중국 정부 기조에도 맞출 수 있다. 시노펙은 지난해 정유 2억5200만t(하루 504만 배럴)을 처리한 세계 최대 정유사이자 에틸렌 생산능력 1347만t을 보유한 초대형 석유화학 기업이다. 비슷한 선례도 있다. 시노펙은 지난 6월 일본 미쓰이화학과 합작해 세운 상하이시노펙미쓰이화학(SSMC)의 미쓰이화학 보유 지분 50%를 인수했다.
 ◇ AI·반도체 등 미래 신사업 투자
SK는 국내외 범용 석유화학 시설 ‘다이어트’에 들어갔다. SK지오센트릭은 2020년 12월 울산석유화학산업단지 NCC 라인 중 1개(에틸렌 연산 20만t)를 멈춰 세웠고, 나머지 1개(연산 66만t)도 효율화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 미국 다우케미컬과 프랑스 아케마에서 인수한 에틸렌아크릴산(EAA) 및 폴리염화비닐리덴(PVDC), 폴리올레핀 생산기지 매각에도 나섰다. 당초 이들 시설을 스페셜티 제품을 만드는 공장으로 바꾸려고 했지만, 별다른 진척이 없자 사업 재편 대상에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SK지오센트릭은 8000억원 안팎으로 예상되는 중한석화 매각 대금을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과 사업 다각화 등에 투입할 것으로 전해졌다. 반도체용 케미컬과 포장 소재를 비롯한 신사업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는 등 차세대 소재 상업화에도 속도를 낸다. AI, 배터리, 반도체 등 SK그룹이 선정한 핵심 사업을 키우는 종잣돈으로도 쓴다. SK지오센트릭의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은 AI 데이터센터용 에너지저장장치(ESS)와 첨단 냉각 기술을 개발해 울산 데이터센터 등에 적용할 예정이다.
SK그룹 관계자는 “글로벌 석유화학 시장의 공급 과잉이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큰 만큼 범용 석유화학 시설은 지속적으로 축소할 계획”이라며 “국내외 사업장에서 추가적인 자산 매각이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진원/김우섭 기자 jin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