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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엔 두 종류의 영화가 있다. 하나는 관객을 좇아가는, 관객에게 맞는 것을 보여주는 영화다. 전 세계 95%의 작품이 그런 영화다. 하지만 또 다른 유형의 영화가 있으니, 관객을 따라오게 만드는 영화다. 감독과 영화 제작자가 '난 이런 이슈로 세상을 본다'며 메시지를 주는 영화가 있다. 두 유형의 영화가 우리에게 함께 존재해야 한다고 믿는다. 영화 제작자가 해야 할 일은, 내가 무엇을 만들지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다."
세계적 영화 거장 자파르 파나히 감독이 '두 개의 영화론(論)'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역설했다. 18일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파나히 감독은 신작 '그저 사고였을 뿐' 미국신용카드연체 기자회견에서 위기에 빠진 세계 영화산업에 대해 "영화 제작자들은 어떤 상황이든, 어디에서든 영화로 이야기를 만들 의무가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파나히 감독은 21세기 현존 최고의 감독이다. 베네치아영화제 황금사자상(2000년 '서클'), 베를린영화제 황금곰상(2015년 '택시')을 받으며 전 세계 영화팬들의 주목을 받은 그는 영화 ' sbi저축은행 광고 그저 사고였을 뿐'으로 올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까지 받아내며 '트리플 크라운'의 위업을 달성했다. 그는 조국인 이란의 특수한 검열에도 불구하고 영화 제작의 꿈을 버리지 않았고, 가택연금과 출국금지 등 정부의 탄압 속에서도 예술영화를 꾸준히 만들어냈다.
파나히 감독은 기자들과 만나 "영화제작을 금지당했을 때 나의 내면을 들여다볼 기회를 얻었 부산우리저축은행 다. 내가 가진 모든 아이디어는 나의 내면으로부터 나온 것"이라고 운을 떼면서 "영화를 만들지 말라고 했지만 나 혼자서라도 만들 의지가 강했다. 한때는 영화를 못 만든다면 택시운전이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했고, 그 결과물이 '택시'였다. 그 누구도 내 영화제작을 막을 순 없었다"고 말했다.



금시세전망 영화 '그저 사고였을 뿐'의 한 장면. 그린나래미디어


이날 공개된 파나히 감독의 신작 '그저 사고였을 뿐'은 잊히지 않는 과거에 관한 이야기다.
고문 피해자인 바히드가 우연히 자신을 고문했던 고문 기술자(일명 '페그 레그')를 발견한다. 바히드는 참을 수 없는 살의를 저축은행서민대출 느끼고 페그 레그를 납치하는데, 이 남자가 정말로 페그 레그가 맞는지 확신이 들지 않자 사진기자 시바, 내일 결혼식을 앞둔 골리, 시바의 전 남편 하미드 등 고문 피해자를 찾아간다. 승합차 뒷좌석의 나무상자에 갇힌 남자가 페그 레그가 맞다고 해도 문제는 끝나지 않는다. 그를 죽여야 할지, 아니면 풀어줄지 윤리적인 딜레마에 빠지기 때문이다.
영화에는 이란의 정치적 상황이 사실적으로 묘사된다.
파나히 감독은 "이란에서 영화를 만들려면 검열을 거쳐야 한다. 수많은 영화인들이 감옥에서 보내고 있기도 하다"며 "나 역시 정치적 억압을 받았지만 난 영화를 만드는 일 외에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영화를 만들지 않으면 아내가 날 버릴지도 모른다. 그래야 아내를 지키고 결혼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해 회견장에선 큰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파나히 감독은 장편데뷔작이자 칸영화제 황금카메라상(신인 감독상)인 '하얀 풍선'으로 1996년 제1회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바 있고, 지금까지 부산을 6번 찾았다. 특히 그는 고(故) 김지석 부산국제영화제 부집행위원장과의 인연을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파나히 감독은 "이번에 부산국제영화제의 초청을 받고 난 뒤 제일 먼저 기억났던 사람이 김지석 프로그래머였다. 그가 내 영화들을 좋아해 주셨다. 내가 출국금지로 이란을 떠날 수 없을 때 방문해주시기도 했다"고 말했다.
파나히 감독은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의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 수상자로 선정됐으며, 그의 신작 '그저 사고였을 뿐'은 10월 1일 국내 개봉한다.
[김유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