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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스 베이저먼 지음｜연아람 옮김｜민음사｜292쪽｜2만원
“거의 모든 사람이 각각의 이유와 동기로 모른 체하거나 침묵했다.”
전 세계에 ‘미투 열풍’을 불러일으킨 영화 제작자 하비 와인스틴의 성 비위 사건을 취재한 뉴욕타임스 기자 메건 투히와 조디 캔터는 2017년 ‘와인스틴의 공모 세력’이라는 기사를 이런 문장으로 마무리했다.
와인스틴의 범죄를 안 사람들이 침묵으로 일관한 이유는 다양했다. 와인스틴은 자신에게 대항하는 직원들을 협박하거나 처벌하거나 해고하는 것으로 유명했기에 두려움은 중요한 공모 동기 중 하나였다. 일부 직원은 단순히 권위에 대한 복종에서 그의 범죄 행위를 비밀로 하고 돕기도 했다. 와인스틴은 주택청약부금 상사였고, 상사 뜻대로 규칙이 정해지기 때문이었다. 힐러리 클린턴은 와인스틴이 민주당의 중요한 기부자라는 이유로 그의 행위를 묵과했다.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이자 행동경제학 연구자인 저자는 “한두 사람이 수백만 명을 해칠 수는 없다”면서 악인의 공범이 되는 평범한 사람들의 행위에 주목한다. 특히 공모자들의 ‘충성심’에 초점을 맞춘다. “ 자산관리공사 바꿔드림론 충성심은 인간 행위의 최선의 동기이자 최악의 동기이기도 하다. 합리적인 깊은 사고를 억제할 정도의 충성심을 지닌 사람은 타인에게 심각한 해악을 끼칠 때도 범법자와 그 조직을 도울 수 있다.”
2차 대전 종전 후 뉘른베르크 재판에서 고위급 나치 당원들은 자신을 변호하며 공통적으로 이렇게 말했다. “난 그저 명령을 따랐을 뿐이다.” 많은 나치 앞으로 집값 당원이 자신은 그저 상관의 지시를 실행에 옮겼을 뿐이라 죄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한 조치로 뉘른베르크 재판의 제4원칙은 권위에 대한 복종을 전쟁 범죄의 윤리적 구실로 사용할 수 없도록 제한했다. “어떤 사람이 정부 또는 상관의 명령에 따라 행동했다고 해도, 그에게 도덕적 선택이 실제로 가능했다면, 그 사람은 국제법상의 책임을 면하지 못한다.”
자동차대출이자계산법많은 이가 자신이 숭배하는 정치인, 종교 지도자, 직장 상사의 악행에 공모한다. 저자는 ‘리더의 카리스마’가 공모자들을 악행으로 이끌 수 있다고 꼬집는다. “사람들은 카리스마가 있는 지도자에게 감동하고 감화된다. (…) 카리스마형 리더의 지배 아래 있는 사람들은 리더의 견해를 아무 의심 없이 받아들이고 그 과정에서 현실 감각을 잃는 일이 많다. 자동차대출이자계산법 ”
1970년대 신도들에게 ‘혁명 자살’을 행하라 지시한 ‘인민사원’의 교주 짐 존스는 마틴 루서 킹에 비견되는 카리스마형 지도자였다. 선수들을 성 착취한 미국 여자 체조 국가대표 팀 주치의 래리 나사르, 어린 신자들을 상습적으로 성추행한 가톨릭교회 성직자들도 이런 유형의 지도자들이다.
나아가 저자는 도널드 트럼프도 ‘카리스마형 지도자’로 분류하며 트럼프의 인종차별 정책 등을 묵인한 지지자들을 ‘부작위에 의한 공모자’라 칭한다. 2021년 1월 6일 대선 결과에 불복한 트럼프 지지자들이 국회의사당을 습격한 일을 수수방관한 정치인들에게도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한다. 토마스 아퀴나스는 나쁜 일에 가담하는 아홉 가지 방법을 설명하면서 ‘침묵하기’ ‘예방하지 않기’ ‘비난하기’라는 부작위에 의해 일어나는 공모를 명시적으로 포함했다. 저자는 “침묵도 일종의 행위다. 맹목적으로 권위에 복종하는 일은 악행에 대한 공모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한다.
연구자들은 인간이 직관적 사고방식을 사용할 때 다양한 단순화 전략, 또는 휴리스틱이라고 알려진 경험 법칙을 이용해 의사 결정을 내린다고 말한다. “누군가를 믿는 행위는 일종의 휴리스틱일 수 있다. 지도자들을 맹목적으로 믿으면 합리적 사고를 할 필요가 없어진다.”
그렇다면 우리는 부지불식간에 공모자가 되지 않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래리 나사르 사건 때 적극적으로 피해 사실을 증언한 체조 스타 시몬 바일스의 사례가 방향을 제시한다. 바일스는 증언 후 소셜미디어에 “솔직히 때론 정말 내가 온 세상을 짊어진 듯한 기분이다”라고 썼는데, ‘세상을 짊어진 듯하다’라는 그 책임감이 스스로를 공범이 되지 않도록 감시하는 윤리적인 힘이라는 것이다. 윤리적으로 당연한 이야기를 철학적으로 깊이 고민할 수 있도록 매끄럽게 써 내려간 책. 현재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여러 사건이 겹쳐 보이기도 한다. ‘나 또한 부작위에 의한 공모자가 아닌가’ 끊임없이 자문하는 저자의 윤리 의식이 감탄스럽다. 원제 Complicit.